투자의 귀재로 미국에 워렌 버핏이 있다면, 유럽에서는 단연 앙드레 코스톨라니다. 그는 넓은 시야로 역사의 흐름을 볼 줄 알았기에, 차르 시대의 러시아 채권을 저가에 매수하여 60배 차익을 거두거나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독일 국채로 140배의 차익을 실현했다.
그런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남겼던 책에는 투자에 대한 방법보다는 철학이 담겼다. (애초에 투자에는 별다른 기술이 필요 없다고 설파했다) 몇몇 문장에서는 한 분야에서 뚜렷한 업적을 남긴 사람만이 드러낼 수 있는 인사이트가 느껴졌고, 때로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사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 흥미로웠다.
더불어 그가 강조했던 점 중 하나는 금융 지식의 중요성이다. 자신의 부모가 그랬던 것처럼, 아이를 키우면 일찍부터 금융에 대해 가르치라고 했다. 이에 동의한다. 돈에 휘둘리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렸을 적부터 올바른 습관이 필요하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기고자 부지런히 옮겨 적었다. 제목부터, 문장까지 가득하다.
# 기억에 남기고 싶은 문장
[투자는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다]
80여 년간의 증권시장 경험은 내게 이 한 가지를 분명히 가르쳐 주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투자는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라는 사실이다. 미술에서도 그렇지만 주식시장에서도 초현실주의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때로는 다리를 위로 치켜들고 머리는 아래쪽으로 향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처럼 그 곡선을 뚜렷하게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p.34-35)
[돈? 차라리 묻어두면 돼]
정직하게 말하라면, 난 여러분에게 장기 투자를 권하고 싶다. 장기 투자는 모든 주식 거래 중 최고의 결과를 낳는 방법이다. (p.58)
나는 지난해 마지막 방법을 지시했는데, 그것은 수면제와 우량주를 동시에 사서 사이사이에 울리는 천둥 번개를 의식하지 말고 몇 해 동안 푹 자라는 것이다. 이 조언대로 하는 사람은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기쁘고도 경이로운 순간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p.215)
[인내를 가지고 흐름을 보아야 한다]
혹자는 내가 어떻게 이런 걸 예견할 수 있었느냐고 물을 것이다. 이에 대해 나는 한 가지 일화를 소개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고자 한다. 젊어서 운전을 배울 때 선생은 내게 "당신은 절대로 운전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거요!"라고 말했다. 내가 놀라서 "왜요?"하고 묻자 그는 "당신은 항상 차의 보닛만 보지 않소?" 머리를 들고 멀리 300미터 앞을 보시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후 나는 운전석에 앉으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멀리 보라는 이 원칙은 증권시장에서도 매우 유용했다. (p.72)
나는 주식 투자에 필요한 수학 공식을 고안해 보았다. 2x2=5-1. 즉, 마지막 답은 처음 예측한 대로 나온다. 2 곱하기 2는 4이고 결론 역시 그렇다. 그러나 이 결론은 직선적으로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회로를 통해 나온다. 이 공식은 과학적인 기술과는 다르다. 왜냐하면 수학에서는 그와 같은 공식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2 곱하기 2는 즉시 4가 되어야 한다. 엔지니어가 다리를 건설할 때 하는 계산은 수학적으로 확실하게 산출되어야 한다. 만약 2x2=5-1 방식으로 다리가 세워진다면, 답인 4가 나오기 전에 5에서 이미 다리는 무너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투자자가 '빼기 1' 이 나타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충분한 인내가 없으면 다리처럼 무너지고 만다. (p.164)
[그 유명한 달걀 이론 + 돈과 심리가 추세를 만든다]
주가의 흐름은 무엇보다도 주식을 내놓는 매도자가 주식을 사들이는 매수자보다 더 급박함을 느끼는가 안 느끼는가에 달려 있다. 만약 주식을 가진 사람이 심리적 혹은 물질적 압박감으로 주식을 내놓았는데 돈을 가진 사람은 그와 반대로 살 마음은 있으나 꼭 사야한다는 압박감에 놓여 있지 않으면 그 주가는 떨어진다. 하지만 돈을 가진 사람이 급하게 주식을 찾고 주식을 가진 사람은 그다지 주식을 팔아야 하는 심리적, 물질적 압박감에 놓여 있지 않으면 주가는 상승한다. 이 가르침을 나는 잊어 본 적이 없다. 모든 것은 공급과 수요에 달려 있다. (p.113)
시세 하락 시에 일정 기간 동안 많은 거래량을 보인다면, 이것은 많은 주식이 부화뇌동파의 손에서 소신파의 손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뜻한다. (중략) 거래량이 늘어나는 가운데 주가가 계속 떨어지면, 이것은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곧 상승 운동이 시작될 것임을 나타내는 징조이다. (p.209)
[그 외]
무가치한 것을 대상으로 한 비이성적인 게임이 벌어진다는 것은 경제적 붐의 끝, 다시 말해 번영기의 마지막 국면이며, 돈이 줄줄 흐르는 강세장의 제3국면을 말하는 징후이다. (p.191) (← 17세기 튤립 투기)
투자는 미래에 일어날 불확실한 사건과 관련되어 있는데, 투자라는 말 자체에 이미 그 뜻이 들어 있다. 어떤 사건이 일어난 후에는 '확고한' 사실이 되고, 그 사실에 투자할 필요는 없다. (p.235-236)
턴어라운드는 전체시장보다 더 나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기회이다. 턴어라운드 기업이라고 하면 총체적 위기에 놓여 있어 손해를 보고 있고 곧 파산 지경에 이른 기업을 말한다. 시세는 물론 바닥이다. 그런데 이 회사가 턴어라운드에 성공해서 수익을 낼 수 있다면 주가는 급속도로 올라간다. (중략) 이는 물론 '턴어라운드 지원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파산 직전에 있는 기업이 모두 회생하는 것은 아니다. 매수자는 사기 전에 왜 이 주식이 턴어라운드 주식이 될 수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p.266-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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