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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책밤책

옆자리 대화를 통해 들을 만한, 하지만 귀를 기울여야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

by 오베라 2020. 2. 6.

 

 

얼핏 제목을 보면 SF로 여겨지는 이 책은 사실 일상 이야기를 다룬 단편 소설집이다. 미국 어느 시골 동네 펍에 앉아 머물다 보면 옆자리 대화를 통해 들을 만한, 하지만 (속삭이며 나눌 만한 소재인 건지) 귀를 기울여야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

열 편의 단편들은 공통적으로 무언가 결여된 인물들이 등장한다. 연인이지만 사랑하는 다른 사람이 있거나, 사회 통념적으로 (아직은) 받아들여지기 힘든 사랑을 한다거나, 부모의 사랑을 온전히 받지 못하는 등 각양각색의 결핍과 상실 그리고 슬픔이 서려 있다. 더불어 읽고 난 뒤의 여운이 전반적으로 긴 편인데, 아무래도 작가가 만들어 둔 공백이 뚜렷하기 때문인 것 같다. 헤밍웨이의 빙산 이론처럼 그 공백 속에 상상을 집어 넣도록 만드는 재미를 주는 작가다.

표제작인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 단연 좋았고, 그 외에 코요테와 코네티컷도 인상적이었다. 책 뒤표지를 보니 소설가 백수린은 이 소설을 읽고 '앞으로 나는 도대체 무얼 쓸 수 있을까'라는 절망을 느꼈다고 한다. 반대로 나는 무언가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독자마다 느끼는 점이 다르기에 소설의 매력이 더 빛나는 것 아닐까. 조금 아쉬웠던 점은 표제작을 제외한 다른 작품들의 제목. 조금 더 매력적인 제목이 나올 수도 있지 않았을까 잠시 생각해봤다.

 

 

#기억에 남기고 싶은 문장들

나는 팔꿈치를 괴고 누워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 순간이면 그의 얼굴은 언제나 더없이 온화하고 순해 보였고, 그러면 나는, 기숙사 방의 희미한 불빛 속에서, 그가 언젠가 내가 결혼할 남자가 될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느낌과는 아주 다른 감정이다. 나는 내가 그를 사랑하는지 확신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가 잠든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가 남은 생을 그와 함께 보낼 수 있으리란 것을 알 수 있었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p.99)

 

 

 

나는 이 문장을 읽은 뒤 궁금증을 못 참고 인스타그램에 질문을 올렸다.

결혼한 사람들은 정말 이런 감정을 느끼고 마음을 먹었는지.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100명이 넘는 유부남, 유부녀들이 투표한 끝에 61 : 39 가 나왔다. 

정말로 결혼하고 싶은 사람을 바라보면 특별한 감정이 드나보다.

덕분에 많은 생각이 오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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