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좋아하는 음식을 물으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돈까스와 평양냉면 그리고 항정살에 소주 조합을 꼽는다. 하동관의 곰탕을 사랑하며 오늘 아침에도 엄마가 끓여준 곰탕을 먹었다.
하지만 몇 달 전 부터 몇몇 이유로 비건(채식)에 관심이 생겨 책, 다큐멘터리, 행사 참여 등의 방법으로 틈틈이 공부 중이다. 주위를 살펴봐도 비건에 관심 갖기 시작한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최근 살펴본 콘텐츠에는 사람들이 왜 비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비건을 통해 기대하는 효과는 어떤 것인지 등에 대해 소개되어 있었다.
비건이 궁금했던 분들을 위해 정리해본다.
1. 칼보다 포크 (Forks over knives, 2011) / 다큐멘터리, 넷플릭스, 96분
예고편 https://youtu.be/DZb-35oV_7E
비건과 관련한 최초의 혁신적인 다큐멘터리 중 하나다. 메시지는 건강을 생각한다면 채식을 하라는 것이다. 제작자는 동물성 식품이 암, 심장질환, 자가면역질환, 비만, 당뇨, 고혈압 등을 유발하기 때문에 식물성 식품으로 구성된 식단을 먹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순히 의사들의 연구성과만을 보여주지 않으며, 그들의 식단 개선 프로그램에 참여한 참가자들과 감독이 어떻게 건강이 개선되는지를 보여준다.
2. 카우스 피라시 (Cowspiracy: The Sustainability Secret, 2014) / 다큐멘터리, 넷플릭스, 90분
예고편: https://youtu.be/I8IHU20oOZ4
공장식 축산 경영이 지구의 천연 자원을 어떻게 훼손시키고 있는지, 왜 이 위기를 환경 단체들이 무시해왔는지 살펴본다. 넷플릭스 버전에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제작에 참여했다.
번외로 그는 2016년 아카데미에서 6번의 노미네이션 끝에 영화 <레버넌트>를 통해 남우주연상을 받았는데, 소감문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평상시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And lastly, I just want to say this: Making The Revenant was about man's relationship to the natural world. A world that we collectively felt in 2015 as the hottest year in recorded history. Our production needed to move to the southern tip of this planet just to be able to find snow. Climate change is real, it is happening right now. It is the most urgent threat facing our entire species, and we need to work collectively together and stop procrastinating. We need to support leaders around the world who do not speak for the big polluters, but who speak for all of humanity, for the indigenous people of the world, for the billions and billions of underprivileged people out there who would be most affected by this. For our children’s children, and for those people out there whose voices have been drowned out by the politics of greed. I thank you all for this amazing award tonight. Let us not take this planet for granted. I do not take tonight for granted. Thank you so very much.
지난해는 역대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습니다. '레버넌트'를 찍을 때 눈을 찾기 위해 남극 가까이로 가야할 정도였습니다. 기후 변화는 현실입니다. 지금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가장 시급한 위험입니다.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다 같이 힘을 모아야 합니다. 공해 유발자와 대기업의 대변인이 아니라 환경 파괴로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 수십억 보통 사람들을 위해 힘써줄 지도자들에게 힘을 모아 줍시다. 우리 아이들의 아들 딸들을 위해 그리고 탐욕의 정치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오늘 이 놀라운 상을 받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우리 모두 대자연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지 맙시다. 저도 오늘밤 이 순간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여러분 대단히 감사합니다.
3. 몸을 죽이는 자본주의 밥상 (왓 더 헬스 What the health, 2017) / 다큐멘터리, 넷플릭스 & 유튜브, 92분
유튜브 영상 https://youtu.be/GN9-_kWTmrc
위에서 소개한 카우스피라시의 후속작으로 축산업계와 질병협회의 유착 관계를 주로 다룬다. 감독은 당뇨병, 심장병 및 암 같은 가까운 가족들을 괴롭혀온 질병들을 피하는 방법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국 당뇨 협회 홈페이지에 방문하니 당뇨병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고기와 유제품에 대한 조리법을 사이트에서 홍보하고 있었다. 알고보니 그들은 축산업계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었다. 예를 들어, 미국 심장 협회는 도미노 피자, 서브웨이 등에서 후원을 받았다. 마치 폐 학회가 담배 회사의 후원을 받는 셈이듯이.
4. 옥자 (Okja, 2017) / 영화, 넷플릭스, 120분
옥자는 어린 소녀 미자와 유전자 조작 돼지 옥자 사이의 유대감을 다룬 스토리로, 봉준호 감독은 동물들이 편입된 비윤리적인 공장식 도축을 비판하고자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동물들을 잔인하게 도살하는 장면들이 등장하여 이에 익숙치 않은 한국 관객들에게 꽤나 큰 충격을 안겨줬다. 실제로 이후에 '비건'과 '채식'에 관한 검색량이 급증했다.
5. 도미니언 (Dominion, 2018) / 다큐멘터리, 유튜브, 120분
옥자가 일반 커피라면, 도미니언은 TOP다. 인간이 육류를 소비하기 위해 수많은 동물들을 학대하고 잔인하게 도축하고 있는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유튜브에서 보려면 성인 인증을 해야하며, 한글 자막 버전은 도미니언이라고 검색하면 볼 수 있다. 너무 충격적이기에 끝까지 보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호주에서 제작했으며 숨겨진 카메라와 드론을 통해 촬영했다. 비건으로 알려진 와킨 피닉스와 루니 마라 커플이 나레이션을 맡았다.
6. 더 게임 체인저스 (The game changers, 2018) / 다큐멘터리, 넷플릭스, 85분
예고편 https://youtu.be/iSpglxHTJVM
사람들이 채식을 주저하는 몇 가지 이유 중 하나가 영양적으로 불균형을 일으킬 수 있고 힘이 나지 않는다라는 고정관념에 있는데, 이를 타파하기 위한 다큐멘터리. 오직 채식으로 자기 분야의 최고가 된 운동선수들과 과학자들의 인터뷰를 보여주며 비건 생활이 건강학적으로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 살펴본다. (근육 황제 아놀드 슈왈제네거도 비건이라는 점은 놀라웠다.)
+ 성기능 향상에도 채식이 좋다는 실험 결과도 나왔음
7. 플랜트 베이스드 뉴스 (Plant Based News) / 유튜브 채널
비건 관련 대표적인 유튜브 채널 중 하나다. 매년 마다 VEGAN FILM을 만들고 있으며, 비건으로 알려진 셀러브리티나 운동선수들의 일상 및 인터뷰 그리고 비건 푸드 등을 소개한다.
콘텐츠를 살펴본 결과, 비건을 지향하거나 하는 사람들의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있었다.
1) 건강에 이로움
- 2015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육가공(소시지, 베이컨 등) 고기를 1급 발암물질로 규정했고, 돼지와 소 같은 가축의 붉은색 고기도 2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cf. 그 외의 1급 발암물질로 술, 담배, 석면 등이 있다) 술과 담배도 많이 접하면 건강에 치명적이듯이, 고기도 과다 섭취하면 그렇다는 셈이다.
- 채식을 통해서도 충분한 단백질을 공급 받을 수 있다. 돼지와 소가 먹는 음식도 결국 식물이고, 이들은 식물에 있는 단백질을 섭취하여 전달하는 매개체라고 볼 수 있다.
2) 환경 보호
- 공급 이상의 수요로 인해 많은 땅들이 가축을 키우기 위한 농장으로 변하고 있다. 이는 지구 온난화 등의 환경 이슈로 이어진다.
3) 동물 학대 및 잔인한 도축 방지
- 이 역시 과다 수요로 인해 많은 가축들이 비이성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 관련 영상을 실제로 본 사람이라면 고기 생각이 당분간 아니.. 오랫동안 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육식을 할 것인가, 채식을 할 것인가, 혹은 병행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결국 신념의 문제다. 하지만 그 신념을 굳건히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자신이 하는 행동에 대해서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식생활을 갑자기 100퍼센트 바꾸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다만 점진적인 노력이라도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마치 폴 매카트니가 2009년 기후협약변화 당사국 회의에서 고기 없는 월요일 (Meat free Mondays) 을 제안한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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