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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즐거움

안타까움과 무기력함이 동시에, <착취도시, 서울>

by 오베라 2020. 2. 25.

 

방을 여러 개의 작은 크기로 나누어서 한두 사람이 들어갈 만한 크기로 만들어 놓는 방을 '쪽방'이라 한다. 보통 3제곱미터 전후의 작은 방으로, 보증금 없이 월세로 운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표준국어대사전)

 

 

하지만 주거기본법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최저 주거 기준은 14제곱미터(약 4.24평)의 면적, 부엌, 전용 화장실과 목욕 시설이다. 쪽방은 최저 주거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숙박업도 임대업도 아니기에 '공중위생관리법'이나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 쪽방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당연하게도 쪽방에 살 수 있을 만큼의 경제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장애인과 기초 생활 수급자 등 사회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하지만 이들을 상대로 '빈곤 비즈니스'가 발생하고 있었다. 쪽방이 속한 건물들은 소수 사람들이 집주인이었으며, 이들은 중간 관리인을 통해 일정 금액을 주기적으로 이체 받는다. 2평도 안되는 크기가 최소 20-25만원이기에 일반 월세와 비교해보면 3-4배 비싼 셈이다. 탈세의 수단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그야말로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되는 현실이다. 멀리 떨어진 이야기도 아니다. 돈의동, 창신동, 동자동, 영등포동 모두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다.

이 책의 의의는 쪽방을 이용한 빈곤 비즈니스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밝혔다는 점에 있다. 안타까움과 무기력함을 동시에 느꼈다. 왜 이 사회에는 점점 더 괴물이 늘어나고 있는 것인가. 이들을 위해 무언가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면서도 정작 내 밥그릇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함은 무엇인가.

"사실 이 골목에 있는 쪽방 건물은 모두 우리 집주인 거예요. 그 집 가족들은 돈을 모아 근처 역세권에 빌딩도 하나 세웠다니까요."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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