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향의 물건들

감쪽같이 작아지는 바람막이, <파타고니아 후디니>

by 오베라 2020. 5. 18.

 

기능성이 강조된 옷과 신발을 좋아하는 편이다.

 

평상시 우산은 잘 챙기고 다니면서 방수 가능한 옷만 발견하면 괜스레 기웃거리고, 머리 속 장바구니에 늘 담겨 있는 건 발목을 살짝 덮는 첼시 레인부츠다. 방수 뿐만 아니다. 추위에 민감한 몸이라 여름철에도 냉방병을 대비하기 위해 종종 긴 팔을 들고 다닌다. 자연스레 패커블 가능한 옷에 관심 갈 수 밖에 없다.

 

해리 후디니

 

파타고니아의 경량 재킷 후디니(Houdini)는 1990년대 초반 탈출 마술의 1인자인 해리 후디니(Harry Houdini)에서 이름을 따왔다. 해리 후디니는 온 몸을 밧줄이나 쇠사슬로 꽁꽁 묶은 채 물 속이나 불구덩이 같은 극적인 상황에서 탈출하는 마법을 펼치곤 했다. 이 광경을 볼 때 마다 관중은 벌린 입을 애써 다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을 것이다.

 

파타고니아의 후디니 역시 그러하다. (브랜드 특성 상 100퍼센트 재활용 소재인건 당연한 일이고) 일단 놀랄 만큼 가볍다. 105g에 불과하다. 가벼움을 유지하기 위해 무게가 나갈 수 있는 요소를 최대한 줄였다. 주머니도 왼쪽 가슴팍에 하나 있다. 패커블 가능하도록 만드는 과정을 보면 마술을 목격하는 관중처럼 놀랄 지도 모른다. 주머니를 벌리고 옷을 돌돌 말아 그 안에 집어넣는다. 설마? 하는데 기어코 들어간다. 주머니는 작지만, 수납과 휴대라는 두 가지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아무리 생각해도 후디니 외의 네이밍은 떠오르지 않는다.

 

이 옷이

 

이렇게 작아진다. 에어팟과 크기 비교

 

 

 

 

이런 이유로 후디니는 봄과 여름에 가장 자주 들고 다니는 옷이 되었다. 부피가 워낙 작기에, 일단 가방에 넣고 외출한다. 특히 자전거로 출퇴근 할 때 애용하는데, 조금은 쌀쌀한 새벽 바람도 견디기 충분하다. 본질은 바람막이니까. 비 내리는 아침에 러닝 할 때도 입는다. 웬만한 비는 막아 준다. (물론 세차게 내리면 쫄딱 젖는다)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이세이 미야케의 블랙 터틀넥과 리바이스 501, 그리고 뉴발란스 992를 즐겨 신었다. 주커버그는 회색 반팔 티셔츠로 가득한 옷장을 공개하기도 했다. 비슷한 의미로 나는 후디니를 오랫동안 입고 싶다. 일상에 다가오는 예기치 못한 순간에 그리고 여행을 떠났을 때 함께 했으면 좋겠다. 심지어 지금도 입고 있다. 밖에 비가 내리는데 카페에서 에어컨을 꽤나 세게 틀고 있다. 

 

#직접사서일년이상입고올리는후기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