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가의 작품을 꾸준히 접하다 보면 때때로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미술관에서 우연히 어떤 작품과 마주쳤는데, 분명 전에 본 적 없던 그림이지만 누구의 작품이라는 신호가 뇌를 스칠 때가 있다. 아마도 그들의 화풍에 익숙해져서 그랬으리라. 그렇기 때문에 틈틈이 챙겨보는 인상주의파의 작품은 명판을 보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구분이 가능한 경지에 다다랐다.
때로는 어떤 화가의 한 작품만 경험했더라도 시간이 흘러 다른 작품을 마주하는 순간 자연스레 연결되기도 한다. 너무나도 강렬한 인상이기 때문이었을까.
이번에 서울 옥션에서 주관했던 <제로 베이스, ZERO BASE> 전시가 그랬다.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전시된 작품들을 봤는데 문득, 작년에 즐겨 듣던 가수의 앨범이 떠올랐다.
알아보니 콰야(Qwaya) 작가의 그림이었다. 인스타그램으로 작가 계정에 들어가 살펴보니 자신만의 화풍을 단단히 만들고 있었다.
<제로 베이스>는 신진 작가를 알리면서 경매도 제로 베이스(0원)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작가와 잠재적 구매자에게 모두 매력적인 기회다. 마침, 구매할 계획도 있었기에 전시를 보면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에 입찰하기로 마음먹었다. 온라인 경매로 진행하기에 시간에 맞춰 응찰하기 도전.
다행히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 계획해 둔 예산 안에 낙찰 받을 수 있었다. 최종 결정 전에는 다른 사람이 입찰하지 않을까 은근히 떨리는 순간이기도 하다.
낙찰이 되면 이메일로 다음과 같은 경매 결과 통보서를 받는다. 최종 구매 금액은 낙찰가와 수수료(18%)가 더해진다. 예를 들어, 1천만원 그림을 구매하면 118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그리고 새해가 지나서야 받은 그림 (직접 배송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언박싱 직전이라 괜스레 두근두근.
거칠게 뜯어서야(?) 마주할 수 있었다.
<춤, Dance>란 제목의 그림이다.
작품의 크기가 크지는 않지만, 인물의 대비된 색감과 그들이 춤에 몰두하는 표정이 너무 근사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춤을 춘다면 그만큼 낭만적인 순간이 없으리라.
염원을 담아 구매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건넬 수 있는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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