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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책밤책9

생생하게 묘사한 예술계 현장의 모습, <걸작의 뒷모습> 1. 크리스티 옥션, 바젤 아트페어 그리고 베네치아 비엔날레 등 미술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궁금해할 일곱 곳의 현장을 담은 책이다. 인류학에서 많이 활용하는 ‘참여관찰법’으로 마치 실제 미술 현장에 있는 것처럼 서술했으며, 그 생생함은 저자의 어마어마한 인맥이 한 몫 한다. (가령, 미술계의 프리츠커상으로 불리는 터너 상 수상 현장 섹션에서는 테이트 관장인 닉 세로타의 인터뷰도 담김) 다만, 쉴새 없이 바뀌는 현대미술 세계에서 2011년 출간 책이란 사실이 아쉬울 뿐. 2. 번역서가 한글 제목을 잘 짓기 쉽지 않은데, 내용과 참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무제'가 있는 표지도 훌륭. 3. 업계 사람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이 현장들을 모두 관찰해보고 싶다. (그러나 과연 언제) 더.. 2020. 3. 23.
안타까움과 무기력함이 동시에, <착취도시, 서울> 방을 여러 개의 작은 크기로 나누어서 한두 사람이 들어갈 만한 크기로 만들어 놓는 방을 '쪽방'이라 한다. 보통 3제곱미터 전후의 작은 방으로, 보증금 없이 월세로 운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표준국어대사전) 하지만 주거기본법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최저 주거 기준은 14제곱미터(약 4.24평)의 면적, 부엌, 전용 화장실과 목욕 시설이다. 쪽방은 최저 주거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숙박업도 임대업도 아니기에 '공중위생관리법'이나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 쪽방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당연하게도 쪽방에 살 수 있을 만큼의 경제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장애인과 기초 생활 수급자 등 사회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하지만 이들을 상대로 '빈곤 비즈니스'가 발.. 2020. 2. 25.
신발에 미친 사람들의 이야기, 나이키 <슈독>에 대한 열 가지 키워드 오랜만에 두근거리며 읽었던 경영인 자서전이다. 이만큼 즐겁게 읽었던 기억은 7년 전 토니 셰이의 정도가 떠오른다. 토니 셰이가 사업 자체(어렸을 적 했던 사업 중에는 지렁이 농장, 크리스마드 카드 판매 등도 있었다)에 미친 사람이었다면, 필 나이트는 오로지 신발에 미친 사람이었다. 오죽하면 제목도 슈독(Shoe Dog)으로 지었겠는가. 책을 읽으면 사업이 얼마나 재밌고 또 괴로운지 알게 된다. 누군가에게는 마약 이상의 쾌락과 고통을 안겨주리라. 다소 두텁지만 상당히 몰입도가 높고 마지막엔 뭉클한 감동까지 안겨준다. 그 중 인상 깊었던 부분들을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1. 일본 운동화 수입으로 시작 필 나이트는 오리건대학교를 다녔던 시절 육상선수였다. 일찌감치 위대한 선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 스스로 판단했던.. 2020. 2. 21.
옆자리 대화를 통해 들을 만한, 하지만 귀를 기울여야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 얼핏 제목을 보면 SF로 여겨지는 이 책은 사실 일상 이야기를 다룬 단편 소설집이다. 미국 어느 시골 동네 펍에 앉아 머물다 보면 옆자리 대화를 통해 들을 만한, 하지만 (속삭이며 나눌 만한 소재인 건지) 귀를 기울여야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 열 편의 단편들은 공통적으로 무언가 결여된 인물들이 등장한다. 연인이지만 사랑하는 다른 사람이 있거나, 사회 통념적으로 (아직은) 받아들여지기 힘든 사랑을 한다거나, 부모의 사랑을 온전히 받지 못하는 등 각양각색의 결핍과 상실 그리고 슬픔이 서려 있다. 더불어 읽고 난 뒤의 여운이 전반적으로 긴 편인데, 아무래도 작가가 만들어 둔 공백이 뚜렷하기 때문인 것 같다. 헤밍웨이의 빙산 이론처럼 그 공백 속에 상상을 집어 넣도록 만드는 재미를 주는 작가다. 표제작인 이.. 2020. 2. 6.
월간 디자인의 새로운 도전 그리고 만나 CEA 500호를 맞이하여 디자인, 컨텐츠 리뉴얼 본으로 공개된 매거진 . 매 달마다 하나의 주제를 정해서 심도있게 다루는 형식으로 바뀌었는데, 첫 번째 주제는 ‘워크 디자인’이다. 아무래도 요즘 시대의 화두가 일(Job)이기 때문인 듯. 디자인이라 하면, 당연하게 일컫는 그 디자인 말고도 ‘계획, 설계’ 란 뜻이 있다. '워크 디자인'이란 주제는 (단순히 디자이너들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일을 디자인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담고 있어 막연하게 관심있는 비전공자인 내가 보기에도 흥미로운 기사가 많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단락은 농업 솔루션 회사인 CEA에 대한 인터뷰. 버림 받은 산업에 가까웠던 농업을 기술을 통해 힙하게 만들려는 사람들의 시도가 멋져 보였다. (덩달아 홈페이지도 완전 멋지게 꾸며서 방.. 2020. 2. 5.
승자가 많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개인의 충족감부터 한국에서 일반적인 교육 과정을 거친 사람이라면 초중고교 - (대학교) - 직장이라는 굴레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 나 역시 일말의 의심 없이 이 굴레에서 15년 가까이 수많은 경쟁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누군가는 나를 밟고 올라갔을 것이고, 누군가는 나에 의해 사다리 끝까지 올라가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 후자가 많았을 터이고. 즉, 이 게임은 승자보다 패자가 많은 네거티브 섬 게임이다. 우리가 원하는 학교, 직장은 쿼터제라는 명분으로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인원이 철저히 제한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 사회를 패자보다 승자가 많은 게임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 이러한 문제 의식에서 탄생한 책이 다. 노동의 표준화 그리고 학습의 표준화를 통해 인간도 표준화가 돼버렸다. 하지만 사회가 변하면서 이에 반발하는 다.. 2020. 2. 1.